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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게시물 내용

서평)공공도서관 문 앞의 야만인들
작성일
2014-05-20
작성자
반달관리자

공공도서관 문 앞의 야만인들

-포스트모던 소비자 자본주의는 어떻게 민주주의와 시민교육 그리고 공익을 위협하는가?-

애드 디 앤절로 지음/차미경, 송경진 옮김/일월서각

이연순 사서



길 위의 인문학 평가회 때 인문정신문화특별위원회 위원의 기조연설이 있었다.우응순 위원은 한 책을 소개하며 도서관 사서가 단순한 기능만 가져 기계로 대체가능하다는 사람들과 분위기는 늘어날 것이고, 공공도서관 문 앞의 야만인들을 상대하여 사서는 어떤 대응을 할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문명의 상징인 도서관 앞에 무슨 이유로 야만인들이 있는 것일까? 그 야만인들은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라는 강한 호기심은 번역의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단숨에 읽어 내려가게 했다.

저자인 애드 디 앤절로는 현재 도서관 수석사서다. 그는 미국 공공도서관의 현재를 진단하고, 과거 빅토리아시대 이전부터 도서관의 생성과정과 역사를 설명하면서 도서관의 미래를 다소 암울하게 예측하였다. ‘이것이 사서들이 도서관에서 제거되는 경로다’라는 충격적인 끝맺음은 인상적이었다.

이 책에서 공공도서관은 다른 사기업들과 구분되는 역할이 있다고 언급한다. 민주주의, 시민교육, 공익을 수호하고 문화의 관문을 지키는 문화문지기로서의 임무가 그것이다. 도서관은 문명을 위해 가치와 지식을 유지하고 진작시키는 곳이며, 누구나 평등하게 지식에 대한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합리적 이성을 가진 시민들이 함께 모여 숙고하고 다양한 사고와 견해를 나눔으로써 민주주의를 성장시키고, 시민계몽이라는 교육의 사명을 감당하여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는 곳이다. 사서들은 박물관의 소장품을 신중히 통제하는 큐레이터나 인쇄된 글을 통해 인류사회를 교육할 임무를 지닌 출판관계자와 마찬가지로 질적인 판단에 근거해 도서관 장서를 선정하는 데 있어 최고의 기준을 고수하며 문화의 범주를 규정하고 지키는 문화 문지기였다.

그러나 부제에서 제시한 포스트모던 소비자 자본주의 시대인 1990년대 후반은 시장만을 강조하는 신경제이론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시기다. 자본가들이 시장을 통제하고 이윤창출이라는 상업적 임무가 최우선시 되었다. 공공정신을 지녔던 개인은 욕망에 따른 사적 이익만을 선택하도록 고무된 소비자 집단으로 변화되었고, 국가는 시민을 교육할 임무를 상실한 채 시장의 경제적 이익을 지원하게 되었다. 서점의 목적은 가장 많이 파는 것이다. 좋은 책과 나쁜 책을 구분하지 않으며, 책을 선정하는 유일한 기준은 수요가 높다거나 판매고가 높다라는 판매와 유통의 원리다. 포스트모던 소비자자본주의의 공격적 시장지향 경영정책의 영향 아래 갇혀버리게 된 도서관은 책 주문 과정에서 사람의 개입 없이 소비자의 비위를 맞추는 자동화 주문시스템이라는 정교하고 세련된 야만의 상태에 공공도서관 문 앞을 내어주게 된 것이다.

염려스럽다.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의 현실은 어떠한가. 1990년대 후반부터 공기업의 민영화 바람을 타고 대표적인 공공문화 기반시설인 도서관 또한 민간위탁이라는 압력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미 각 지자체의 몇몇 공공도서관들이 민영화되었거나 검토를 하는 중에 도서관계와 시민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관한 세종국립도서관도 2013년 설립 당시 안전행정부 차원에서 법인화를 통한 민간위탁을 진행하려다 중단된 사건은 한국 공공도서관의 현실이 어떠한지 잘 보여주고 있다.

공공도서관 문 앞을 차지한 야만인들이 종국에 그 문을 부수고 도서관을 습격하지 않도록 현장의 사서들은 소장해야할 자료의 질과 다양성, 장서개발에 대한 전문적인 판단이 중요함을 인식하고, 이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럴 때 도서관은 지켜질 것이며,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책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앞서간 미국도서관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한 이 책은 도서관과 국가와 시민의 관계 속에서 도서관의 정체성을 인식하게 하며, 일선의 사서들에게 경각심을 갖도록 한다. 혹자는 거대한 신경제 자본주의에 대항하여 장서문지기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야만인들이 물러갈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 할 수도 있다. 그러나 18세기에 책에 대한 앎이 공공도서관의 태동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만들었다는 것을 본문의 내용을 통해 어렵지 않게 추측하게 될 것이다.

도서관 사서라면 누구라도 읽어봐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