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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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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 제목 : 우리 집은
  • 저자 : 조원희
  • 서평

    “우리 집, 진짜 좋아! 우리 집에 놀러 올래?”

    작은 트럭에 짐을 싣고 한 가족이 이사를 왔습니다. 방 둘에 거실 하나, 아담한 집 대여섯 세대가 복도를 공유하는 작은 아파트.
    엄마랑 아빠랑 동생이랑 네 식구가 새로 살게 된 ‘우리 집’에서 아이는 마냥 행복합니다. 예전 집엔 없던 식탁에서 다 같이 밥을 먹고, 여름이면 몹시 더웠던 예전 집과 달리 현관문만 열어 두면 바람이 잘 통하는 거실에서 다 같이 잠을 자고, 욕조가 있는 화장실에서 아빠랑 동생이랑 셋이서 목욕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복도에서는 옆집 할머니와 함께 상추랑 깻잎을 키우고, 옆옆집 빨랫대에 널어놓은 진짜 작은 아기 양말을 볼 수도 있습니다. 심심할 땐, 눈이 마주치면 내 몸짓을 따라하는 앞 동 맞은편 집 귀여운 아기랑 한참 장난을 칠 수도 있지요. 게다가 가끔 찾아와 기웃거리는 복도 끝집 강아지와, 뛰어서 계단을 내려가도 따라잡을 수 없이 엄청 빠른 엘리베이터도 있고, 동생이랑 금방 걸어갈 수 있을 만큼 가까운 학교도 있으니, 아이는 ‘우리 집’이 그렇게 좋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는 친구들에게 말합니다. “우리 집 진짜 좋아! 우리 집에 놀러 올래?” 그런데 무슨 일인가요. 돌아온 대답은,

    “너네 집 3단지잖아. 거긴 임대아파트야. 임대가 뭐가 좋아!”

    마냥 웃던 얼굴이 굳은 채 집으로 돌아온 아이가 엄마에게 묻습니다. “엄마, 임대가 뭐야?” “빌려준다는 뜻이야.” “그럼 여기 우리 집 아니야?” 아이에게 이런 질문을 받은 부모의 심정이란... 그러나 엄마는 대답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으면 우리 집이지.” “임대에 사는 건 부끄러운 거야?”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부끄러운 거야. 엄마는 우리 집 엄청 좋은데, 너흰 싫어?”
    엄마의 품에 꼭 안긴 아이들이 다시 웃습니다. 행복한 아이는, 치킨 봉지를 들고 씩씩하게 귀가하는 아빠를 맞이하며 세상을 향해 말합니다. “사람들은 몰라. 우리 집이 얼마나 좋은지.” 고소한 치킨을 나누어 먹으며, “나는 알아.” 다 같이 복도에 나와 밤하늘을 바라보며, “우리는 알아.”...
    옥상 위 하늘에 별이 총총하고, 복도에는 아기를 안아 재우느라 서성거리는 옆옆집 아빠의 발소리가 정답습니다.

    우리는 어떤 집에 살고 있나요?

    사람들은 취향이나 가치관, 직업과 일터, 경제적인 형편 같은 저마다의 이유로 저마다 다른 집에서 삽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든 집의 의미는 다르지 않겠지요. ‘가족과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며 살아갈 힘을 얻는 곳’. 그것이 바로 ‘집의 본질’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집의 무엇에 집착하고 있을까요? ‘부의 표상’? ‘신분의 증거’? ‘투자 대상’?... 저마다의 집에서 이웃과 더불어 얼마나 행복하게 사느냐보다 어느 동네 몇 평짜리 집에 사는지, 집을 사고팔아 얼마를 벌었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지는 않은가요? 그래서 단지와 단지 사이에 담장을 치고, ‘임대 아이들’과 섞이지 않게 학교를 배정해 달라 민원을 넣고, 내 집 근처에 ‘장애인학교’ 짓지 말라고 시위를 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나요? ‘평수’로 친구를 구분하는 아이들이 책 속에만 있지 않은 현실이니,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어른 많지 않을 겁니다. 아이들은 어른을 보고 배우니까요.

    “우리 집, 진짜 좋아! 우리 집에 놀러 올래?”

    세상의 문제들이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집 때문에 상처받는 아이들이 없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분명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으면 우리 집이지.” “부끄러운 거라고 말하는 사람이 부끄러운 거야.” 그럴 때 아이들은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 집은, 식구들과 함께 오순도순 살 수 있어서, 진짜 좋아!” 본질에 충실한 집. 그 집으로, 열심히 일하며 조금씩 행복을 키워가는 아이들의 아빠가 치킨 상자를 들고 씩씩하게 걸어오고 있습니다.

    [출처 :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