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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집
  • 제목 : 연탄집
  • 저자 : 임정진
  • 서평

    삶의 환경이 달라지는 속도가 무시무시하다. 아차 하는 사이에 익숙했던 조건들은 뒤로 물러가고 새로운 문명의 이기에 손발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새롭고 편리한 것 사이에서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때가 많다. 그럴 때 우리는 옛것을 불러와서 거기서 추억과 위안을 찾으려 한다. 그 대표적인 대상이 아마 연탄일 것이다. 연탄 때는 게 어찌 불편하지 않았으랴. 연탄 캐는 일이 어찌 위험하고 힘겹지 않았으랴. 그러나 그 불편함과 위험과 힘겨움 속에 서민적인 것, 따뜻한 것, 협동과 나눔 같은 덕목이 오롯이 들어 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도무지 알 수 없는 그 연탄의 힘을 어른 세대가 들고 나왔다. 제목도 정겨운 <연탄집>이다. 오래 전 역사도 아니고 작가가 어린 시절을 살았던 가까운 과거의 일화를 끌어오는 일은 자칫하면 ‘옛날이 좋았다, 힘들었지만 인간적이었다’는 타령 같은 회고록이 되기 십상이지만, 이 글 작가와 그림 작가는 그 함정을 가뿐히 피해간다. 엄마 아빠의 합동결혼식, 탄광사고, 연탄배달 봉사 같은 굵직하고 의미심장한 에피소드들이 감상에 빠지지 않도록 글은 간결하고 탄력 있다. 연탄에 대한 작가의 복합적인 감상은 “나는 연탄도 동생처럼 돌보아야 했다.”라는 짧은 한마디에 함축되어 있다. 그걸로 충분하다. 우리 골목의 정겨운 모습을 그린 <담>이라는 책으로 볼로냐라가치 상을 받은 그림 작가의 일러스트는, 글 작가가 말하지 않은 감상을 은근히 드러내준다. 지금 아이들과는 아무 상관없는 어른들의 옛이야기에 그치지 않도록 인물들을 모두 아이처럼 표현해낸 것이다. 특히 그 조그만 발! 딸을 안고 가는 광부아버지의 장화 신은 발이 아이의 주먹 정도로 조그맣게 그려진 대목은 어른들에게 어쩐지 짠한 감동을, 아이들에게는 따뜻한 친근감을 줄 수 있을 듯하다. 이런 책들 덕분에 연탄은 아마도 어떤 시대의 환경, 어떤 세대의 정서를 대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편적인 삶의 조건과 감성을 투영하는 오브제로 끊임없이 새롭게 조명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